“내비게이션이요? 그냥 길 알려주는 거 아니에요?” 3년 전, 내가 이 회사에 오기 전까지 했던 생각이다. 지금은 안다. 그 ‘그냥’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매달려 있는지.
“퇴근길이 막히면, 그건 제 하루가 잘못됐다는 신호예요.”
대기업에서 5년을 일하다 카모로 옮겼다. 주변에선 “왜 굳이”라고 했다. 안정적인 자리였으니까. 그런데 면접 때 들은 한마디가 계속 남았다. “우리는 화면 속이 아니라, 진짜 도로 위에서 작동하는 걸 만들어요.”
0.3초를 줄이려고 두 달을 썼다
합류하고 처음 맡은 일은 경로 재탐색 속도 개선이었다. 사용자가 길을 벗어났을 때 새 경로를 다시 그리는 그 순간. 기존엔 평균 1.1초가 걸렸다. 우리는 그걸 0.8초로 줄였다.
0.3초. 말하면 다들 “그게 되게 중요해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비 오는 퇴근길, 낯선 골목에서 길을 놓친 사람에게 그 0.3초는 ‘불안한 시간’ 그 자체다. 아무도 몰라주는 그 시간을, 우리는 매일 줄인다.

여기선 “그건 아닌 것 같아요”가 통한다
카모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은요?
회의에서 직급이 안 보인다는 거요. 제가 주니어일 때 팀장님 결정에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라고 했는데, 화를 내기는커녕 “왜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되물으시더라고요. 근거만 있으면 누구 말이든 통해요.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당연하죠. 실험이 세 번 연속 실패했을 때는 정말 도망가고 싶었어요. 근데 팀에서 “실패 데이터도 데이터”라고 하면서 같이 원인을 뜯어봐 줬어요. 그때 ‘아, 여기선 혼자 무너지진 않겠다’ 싶었어요.
“내가 만든 경로로 누군가 무사히 집에 갔다고 생각하면, 그날 야근도 좀 덜 억울해요.”
가끔 앱 리뷰를 몰래 본다. “덕분에 빨리 왔어요” 같은 한 줄에 괜히 뭉클해진다. 그 사람은 내 이름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그 길, 내가 만졌다는 걸.
— 이지도 크루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당신의 여정도 여기서 시작해볼래요?



